만복사저포기
고전소설 중에서도 만복사저포기는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향을 꽂는 것과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윤회사상까지, 주인공 양생과 여인은 부처님이 맺어주신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부처님은 왜 양생을 난리 때 죽은 여인과 맺어 준 것일까? 양생은 무엇에 홀릿 듯 여인을 좋아하게 되고, 이는 귀신에 홀리는 것 같아 보인다. 여인의 이름을 따로 정해주지 않고 여인이라 부르는 것도 여인이 실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허상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처는 양생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여인을 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얼토당토 않는 내기를 건 것에 대한 꾸지람과 또한 진실된 마음을 양생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양생은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죽은 여인의 혼을 위로하며 지리산에서 약초를 캐며 살지 않았을까? 여인이 죽기는 했지만, 양생은 여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알았으며 여인은 남자도 한 번 만나보지 못하고 처녀로 죽을 뻔 했지만 양생을 만나 한을 풀게 된다. 또한 믿기는 힘들지만 양생의 도움으로 환생을 하여 남자가 되었다고 하니, 이는 완벽한 새드엔딩으로 보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이생규장전
이생은 담 넘어 보이는 최랑의 모습에 마음이 뺏겨 편지를 보내고 이를 본 최랑은 기뻐한다. 마음이 통한 이생은 담을 넘어 최랑을 만나고 누각 안 다락에서 사랑을 나눈다. 여기서 조금 놀라운 것은 이생이 먼저 정을 나누자고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최랑이 이생을 유혹한다는 점이다. 누각 안 다락으로 이생을 데려가는 것도 최랑이기 때문이다. 최랑의 이 당돌한 행동은 당시 여인들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을 까? 이 점에서 김시습의 열린 사고가 돋보인다. 물론 최랑을 열녀로 표현 한 것에서 당대 유교적인 사상이 들어나긴 하지만 말이다. 또 시와 그림이 있는 다락이 인상적이었다. 다락에는 사계절의 경치를 읊은 시 네수가 나온다. 이 네 수의 시에 나오는 원앙새와 제비, 꽃 들이 마치 이생과 최랑을 비유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최랑의 죽음으로 들은 헤어지게 되고, 최랑을 따라 이생도 죽게 되는 새드엔딩으로 극이 끝이 나는 데, 이 점은 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고전소설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