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송화의 눈을 멀게한 유봉의 잔인함 때문도 아니었고,
누이(친누이는 아지니만)를 두고 떠난 동호 때문도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내가 왜 서편제를 보면서 왜 마음이 불편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유는 바로 내가 그 주인공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말처럼, 판소리는 양놈의 음악들이 판치는 현재의 세상에서 설 곳을 잃었고, 나 또한 양놈의 음악을 듣지 판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괜히 내가 그들을 그렇게 궁지로 몰아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판소리를 세상에서 멀어지게 한 건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서편제를 보면서 판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판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번도 판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송화와 유봉, 그리고 동호가 같이 북을 치고 판소리를 하는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 판소리를 하는 그 셋의 모습이.. 지금껏 듣던 어떤 노래보다도 아름다웠고, 흥겨웠고,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