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 한승호 선생님께서
오늘 세상을 떠나셨다
다른 별들의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놀라움이 앞섰지만
오늘은 다른 것이 떠오르기도 전에 쓸쓸한 슬픔부터 밀려온다
교분은 없었었지만
한승호 선생님의 이미지는 그랬다
꼬맹이이던 시절
어느 여관에서 국창 임방울 앞에서 소리를 하여 극찬을 받았던 천재 명창
매일매일 바뀌는 소리에 따라갈 이가 없어서 그럴싸할 붙박이 제자 하나 두지 못했으나
1976년부터 인간문화재로 활동하셨던 우리 소리판의 대나무 같은 예인
하여 쓸쓸했던 말년...
2001년이었던가
90대의 정광수 선생님과 80대의 한승호 선생님이 함께 꾸미셨던 무대가 떠오른다
이젠 두 분 다 우리 곁에 안 계시고
소리판에서는
노익장이란 것을 볼 수 있을 기회가 점점 사라져간다
몇 년 전 어느 술자리에서 만난 어느 판소리 애호가는
한승호 선생님께 소리 한 자락 배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고
나는 열심히 기회를 만들어보겠노라 장담했었다
하지만 난 그후로 오늘까지 선생님을 전혀 뵙지 못했다
점점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늘어가는구나
한승호 선생님
같은 시대에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맨 오른쪽에 계신 분이 한승호 선생님
가운데에는 몇 년 전 먼저 가신 박동진 선생님
뒤에는 이생강 선생님과 이은주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