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출발하여 토요일에 돌아왔다
첫째 목적지는 통영,
돌아오는 날은 사실상 미정이었고,
여러 군데의 지역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제외하면,
그냥 묻지마 나들이였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뭐든 좋으니 좀 비워지길 바라는 마음 정도만 챙기고 떠났다
2010년 1월 8일 오후 3시 3분 18초,
다짜고짜 통영항을 목적지로 찍고 출발했다
여섯 시가 겨우 지난 시각이었는데 해는 벌써 졌다
덕유산휴게소 우에 뜬 초승달이 예뻐서 카메라를 꺼냈다
통영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확히 [하이킥] 시작할 시각이었다. 7시 45분
숙소를 정하기 위해서 근처를 두 바퀴 돈 후에
마침내 주차 안내 표지판이 잘 드러난 모텔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하이킥은 이미 끝났고,
[살맛 납니다]를 보면서 저녁으로 무얼 먹으면 좋을 지를 불펜에 물어본 후에,
이것저것 체크하고 난 후에 통영항으로 나가서 처음 본 것이 저 거북선이었다
삼각대도 없고 하여 잘 안 보이지만 그냥 찍었다
아, 그래 여기도 장군님 계시던 곳이었었지...
저녁으로는 회덮밥을 먹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돔인지 뭔지를 한 마리 잡아서 덮밥과 매운탕으로 만들어주셨다
가격은 15,000원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야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소매물도!
2시가 넘어서야 잤지만, 7시 첫배를 타기 위해 어둑한 새벽부터 일어나 꼼지락거렸다
담배 연기 너머로 보이는 저곳이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이다
소매물도로 가는 도중에
해가 뜨는 한려수도의 풍경을 좀 찍어볼까 했었지만
여행자들은 모두 따뜻한 객실 바닥에 붙어서 자고 있었고
나도 좀 춥고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돌아오는 길에 보자 하며 창가에 붙어서 쳐다보기만 했다
섬에 도착해서는
다람쥐처럼 뛰어서 섬의 가장 꼭대기인 망태봉 정상에 올라섰다
숨을 헥헥, 종아리는 벌써부터 욱씬거리기 시작한다
저건 망태봉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인데
뭐랄까 별로 예쁘지도 않은 것이 그다지 실용적이지도 않았다
아무튼 전망대 옥상으로 또 올라갔다
해가 벌써 많이 올라왔다
손톱 만하게 보이는 해였었는데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저렇다
아, 이래서 필터니 뭐니 하는 걸 끼워서 찍는 거구나...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니
본섬에 이어진 작은 섬이 보인다
왼쪽으로 더 돌리면
여객선을 타고 올 때 선착장 근처에 보이던 바위섬(?)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난간에 서서 오른쪽을 보니
소매물도의 상징, 등대섬이 보인다
쿠크다스섬으로 유명한 바로 그 섬이다
본섬과 이어지는 길도 보인다
하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서 오늘은 건너가지 못할 모양이다
저거 건너서 등대까지 가는 게 꽤 고되다는 누군가의 제보에 따라
물때 정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첫배를 탔었는데
정작 저 앞에서 발길이 막힌 채 다음 배가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에는
그 제보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모 사이트의 당수옹)
등대섬 왼편의 저곳도 가까이 가면 참 볼 만할텐데... 아쉽다
렌즈를 최대한으로 당겨서 한 컷
뭔가 신비신비 +_+
이제 저 아래에 보이는 길을 따라 등대섬 앞까지 가야한다
올라온 오르막만큼
저기까지 내려가는 내리막은 참 신나겠지... 싶다가도
저기서 다시 되돌아 올라오려면 후아... -_-;;
(하지만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망태봉을 거치지 않는 평평한 길도 있다)
얼마쯤 내려오니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었다
거기서 다시 등대섬 한 컷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니
아담한(?) 돌기둥이 보인다
저기에도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어서 스킵
지그재그에 가깝게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계속 내려간다
나무들이,
임의로 심어놓은 것이라면 참 대충 심은 것 같고
원래 있었던 것이라면 참 자연스럽고 수수한 섬 장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이율배반)
중턱에 서서 다시 등대섬을 바라본다
가까이 갈수록 더 가까이 가보고 싶어지는데...
계속 내려간다
내가 망태봉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먼저 내려간 커플(누나-여동생 같았는데)이
돌탑 꼭대기를 공략하고 있었다
계단을 모두 내려오니 이정표가 서 있다
망태봉 꼭대기를 굳이 거치지 않는다면
경사진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고는 덜 수 있다
통행금지라 갈 수 없는 저곳
저기 어디 쯤에서 다이빙이라도 하면 참 좋겠는데...
낭떠러지 앞의 길에서 다시 등대섬을 바라보며 한 컷
물색깔 좋구나
살짝 당겨서 한 컷 더
아, 수영하고 싶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저런 돌탑들이 몇 개 있었다
누군가 담배 한 개피를 꽂아놓았는데
보자마자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난다
아, 저건 이순신 장군께 바치는 것이려나?
그럴 시절은 아니었겠지만, 이순신 장군도 흡연자였었다면 줄담배 무지 피우셨을게다
바위며 바다며
참 느낌이 좋다
길쭉하게 보니 더욱 좋다
아래에서 망태봉 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본섬의 오른쪽에 난 계단을 따라서 등대섬 입구로 갈 수 있다
여기에도 어느새 우측통행 표지를 붙여놓았군
아참, 여기도 국립공원이군
망태봉 올라오던 오르막을 겪은 후인 지라
다시 올라가게 될 저 계단이 살짝 두렵다
근육반응 속도가 빠른 내 종아리가 벌써 탱탱하게 부었으니까
망태봉을 거치지 않고 나를 앞서간 아저씨 한 분이
아쉬운 한숨을 쉬면서 등대섬을 연신 찍고 계셨다
난 바위를 타고 조금 더 왼쪽으로 갔다
저기만 지나가면 등대섬에 닿을 수 있는데,
여름이라면 바지 걷고 살랑살랑 건널 수도 있겠는데,
길게 통금줄이 쳐져 있어서 포기하기로 한다
1차 통금줄을 무시하고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바위 사이를 건너뛰다가
신 안으로 물이 살짝 들어왔다
등대섬의 오른편
배가 직접 들어가는 선착장도 보인다
저 쯤에서 수영하고 놀면 얼마나 신날까
자갈을 조금만 더 쌓으면 충분히 길을 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물길이 갈라지는 신비의 섬'임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걸까...
아무튼 건널 수 없는 물은 행인을 아쉽게 한다
뭐, 저기도 그냥 언덕일 뿐이겠지
괜찮아 안 가봐도 괜찮아
젖은 양말을 말릴 겸
물맛도 좀 볼 겸
양말을 벗어서 바위 위에 널고
저 물에 발을 담궜다
지금쯤 오른쪽의 저 바위 뒷편을 뒤져보면
전복이 꽤 많을 것 같은데...
등대섬 선착장을 당겨서 한 컷
다시 등대섬을 쳐다본다
날씨도 별로 춥지 않은 데다가 (아니, 오히려 약간 더운 감이 있었다)
물도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
길이 막히니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여행자들
아 시원해
시원해 시원해
1월 19일인데도 시원해
미쳤어 미쳤어
양말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와 열목개로 향하는 길 앞에 저런 표지판이 서 있다
등대섬까지 가고 싶은 사람들은 저 ARS로 전화를 걸어보시라
다시 선착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
섬의 중턱에 그럴싸한 민박집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폐교를 고쳐 만든 것이었다
교적비
매물도초등학교 소매물도분교장 터
1961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에 폐교되었음
1997년 3월 1일 경상남도 교육감
교문 참 아담하구나
선착장 근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본다
집이 꽤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은 숙박시설이다
소매물도길 65번지에는 주인이 없다
이런 집이 띄엄띄엄 있다
흙벽에 돌벽을 덧붙인 집
여기에도 주인이 없다
돌계단과 배수로
물탱크 앞에는 "섬에는 쓰레기 버릴 곳이 없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출출했다
뭘 좀 먹으려고 식당에 갔더니
문은 잠겨 있고 하얀 개 두 마리가 반겨준다
수족관엔 싱싱한 고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 배고픈데... ㅠㅠ
저곳 뿐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전부 묻이 잠겨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들은 모두 고기 잡으러 나간 모양이었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1. 물때를 잘 확인하고 오겠다
2. 식당이 열려 있는 낮시간에 오겠다
통영으로 돌아갈 배가 들어올 선착장
식당 앞에서 선탠하고 있는 흰둥이
크고 귀엽게 생긴 이런 녀석들이 섬 곳곳을 돌아다닌다
이 견종이 뭐였더라... 중국개인 것 같은데... 챠우챠우?
통영으로 돌아갈 배는 12시 20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 11시도 안됐다
아, 등대섬에 다녀오고 점심도 먹었다면 시간 딱일텐데...
멀뚱히 앉아 있기도 뭣해서 선착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그 꼭대기에 캔커피 하나 들고 앉아서 (다행히 자판기를 가동중이었음)
다시 덜 마른 양말을 말리기 시작했다
으아... 좋다 좋아
이게 한려수도라는 거구나
저 바위섬까지 헤엄쳐 가면 얼마나 신날까
날도 따뜻하고 햇빛도 좋았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이놈의 양말 참 안 마른다
맨발로 운동화를 접어 신고 이것저것 찍어본다
물 속에는 작은 고기들이 떼지어 다니고
거울같은 수면에는 낮게 나는 물새의 모습이 반사된다
평화롭고 소박한 선착장
줌 인
턴 레프트
자멱질 하여 고기를 잡아먹는 물새님
턴 롸이트
이렇게 둘러보다가
바다를 좋아하는 어떤 형 한 분이 갑자기 떠올라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나, 동영상은 핸드폰으로 바로 전송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에 옮긴다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저쪽으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말은 아직도 덜 말랐지만...
선착장에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까 보던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니
동백 무더기가 날 반긴다(?)
섬과 동백, 참 잘어울린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흥얼거리면 계속 걸어간다
이쪽에서 보니
더욱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바다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왼편에 보인다
이 길을 통해서 낚시꾼들이 들락거리는 거겠지
내려가보기로 한다
오, 여기 괜찮네
다음에 다시 와서 수영할 수 있으면
일단 여기에 자리를 잡으리라
동해에서는 보기 어려운 섬,
서해와는 달리 아주 맑은 물,
좋다 참 좋다
하늘도 좋다
이제 선착장으로 가자
하루 일찍 와서 저 펜션에 묵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 배가 굉장히 일찍 들어오네?
잘됐다. 배고픈데 빨리 나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아!
그러나 저 배는...
통영이 아나라 거제로 가는 배였다
정박해 있는 배를 가만히 보니 '다솔피싱'
아까 그 식당의 이름이 '다솔식당'
음...
정리해보자
1. 낚시꾼들의 의뢰가 있을 때에는 저 배에 태워서 바다로 나간다
1. 그렇지 않을 때에는 저렇게 세워둔다
1. 오전에는 다른 주민들과 조업하러 나간다
1. 고기를 잡아온 후에는 식당 영업을 시작한다
이곳 주민들의 패턴이 대략 이런 식인 모양이다
갑자기
두 척의 어선이 바쁘게 선착장 주변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척은 가만히 서 있고, 다른 한 척이 원을 그리며 그물을 쳐나가고 있었다
이른바 '두릿그물'(?)
그물을 치는 동안
어부 두어 분은 고기를 몰기 위해 계속 돌을 던진다
근데 저 작은 돌을 던져서 고기를 몰 수 있을까...
한 차례의 고기잡이가 끝나자
내가 타고 왔던 여객선이 들어왔다
아! 섬사랑 1호, 그래 바로 이 배였어
배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섬을 떠났다
잘 있거라
소매물도야
많으 잡으세요
아저씨들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섬에 들렀다
표지판이 없어서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매물도인 것 같았다
아까 본 소매물도 분교장의 본교인 매물도초등학교가 저기 있겠지?
선착장 주변은 소매물도에 비해 매우 한산하다
하지만 선착장은 조금 더 큰 듯
아무튼 너도 잘 있거라
빨간 등대가 방파제 끝에서 지키고 서 있는 섬에 또 들렀다
삼발이 위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보인다
우리 동네에 가도 사계절 저런 풍경을 볼 수 있다 (등대는 없지만)
아시는가?
저 삼발이(테트라포트) 하나에 1천만 원이나 나간다는 걸 ㅎ
미끄러우니 조심들 하십쇼
여기도 소매물도보다는 규모가 크다
아침에 소매물도로 갈 때에도
이렇게 여러 군데에 들렀던 것인가?
날씨 좋다
빨간 등대야
너도 잘 있거라
검푸른 바다
그 위를 질주하는 두 척의 배
우리 배 앞을 막아서 느림보 큰 배
고개를 돌려 항해사님을 쳐다보았다
"추월해버리자구요! 고고~"
낚시꾼들을 태우 배가 시원하게 오른쪽을 지나간다
참 빠르다
섬이란 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충무공이 지켜내신 우리의 바다
배는 비진도 선착장을 향해 간다
조업중이신 아저씨가 나를 향해 '김치~'를 날려주셨다
(사실 입모양은 '니 뭐꼬?'였음)
비진도 선착장
비진도는 산세가 꽤 큼직하다
비진도는 저렇게 오른쪽 섬과
왼쪽 섬이 가느다란 길로 연결되어 있다
소매물도 등대섬도 저런 식으로 붙일 수 있을텐데... 아, 생각할수록 아쉽네
여긴 밭도 제법 보인다
우리가 탄 배에 뭔가를 가득 실어올리고 돌아가시는 할머니
철없는 상상일 지 모르겠지만, 육지의 자식들에게 보내는 먹거리겠거니... 하고 추측해본다
할머니의 굽은 등에는 그런 상상밖에 어울리지 않는다
비진도 너도 잘 있거라
아저씨들도 조심해서 많이 잡으십쇼
으... 춥다
이제 객실로 들어가서 좀 자자